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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이 퍼뜨리는 인류화석 조작설 진짜인가?

두근땅 2022. 6. 25. 04:09

오늘은 창조과학이 퍼뜨리는 인류화석 조작설에 대해서 간단히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화성에 탐사선들이 활동하는 시대에 대한민국에서는 사이비과학을 전파하는 단체가 활동중입니다. 창조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성경의 창조신화를 과학으로 변증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강연을 들어보면 과학을 공격하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창조과학은 특히 인간의 진화와 관련된 사실들을 악의적으로 왜곡합니다. 그 왜곡들 중에는 예전에 발견된 몇몇 호미닌 화석들이 조작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호미닌이란 인류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모든 멸종된 종족을 말합니다. 호미닌 화석 조작설을 들어보면 혹할 내용도 있는데 불행하게도 어떤 사례는 진짜 조작인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 오늘은 창조과학측의 호미닌 화석 조작설 중 어디까지가 맞고 어디까지가 틀린지, 팩트체크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팩트의 근거는 고생물학자들과 고인류학자들의 저서와 논문들입니다. 팩트체크를 하는 김에 인류 화석의 발견 역사도 살펴볼 겸, 화석들이 발견된 시간순으로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완전 사람, 진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호미닌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완전 사람 아니면 완전 원숭이라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그 중간형태는 진화의 증거가 되니까요. 1856년, 독일 네안더 계곡의 한 채석장에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덮개뼈와 팔다리뼈 몇 개가 발견되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라 불린 이 화석은 처음에 동굴곰, 말을 타던 병사, 곱추병을 앓던 현대인 등 신화에 가까운 추측들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과 다른 종의 선사시대 인류로 분류되면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로 명명되었습니다. 

 

1908년에는 프랑스에서 더 완전한 골격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하필이면 관절염을 앓던 노인의 화석이었습니다. 덕분에 20세기 초반의 네안데르탈인은 구부정한 모습으로 잘못 복원되곤 했습니다. 팩트는, 화석의 주인이 곱추병 환자이든 관절염 환자이든 현대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 화석은 현재까지 400점 가까이 발견되었습니다. 생물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문화, 종교, 유전체 연구까지, 네안데르탈인처럼 방대한 연구가 진행된 호미닌도 없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완전 사람이 아닙니다. 

 

제일 먼저 발표된 호미닌 화석은 자바원인이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입니다. 자바원인은 19세기 말에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머리덮개뼈와 넓적다리뼈, 몇 개의 이빨 뿐인 불완전한 화석이었지만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원시적인 호미닌이 분명했습니다. 게다가 두발보행의 흔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바원인은 이후 인류진화의 연결고리로 거론되기까지 했습니다. 

 

1936년에는 자바원인의 발견지에서 18km 떨어진 곳에서 더 완벽한 표본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자바원인은 현재 호모 에렉투스의 한 부류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완전 사람으로 결론난 적, 없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필트다운인 화석은 조작이 맞습니다. 하지만 필트다운인 사건에는 조작 외에 더 짚어볼 얘기가 있습니다. 1912년, 찰스 도슨이라는 한 화석 수집가가 영국 필트다운 근처의 자갈 채취장에서 두개골 조각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그 조각들을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아서 스미스 우드워드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우드워드는 입수한 조각들을 토대로 두개골과 턱을 복원했습니다. 표본은 대단히 묘했습니다. 두개골은 현대인처럼 생겼는데 턱은 유인원의 것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기묘한 화석이 발표되자 곧바로 여러 나라에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 뒤로도 약 20년 동안 필트다운인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끊이지 않았지만 영국의 고인류학계는 대체로 필트다운인을 지지했습니다. 그 이유는 필트다운인 화석이 당시 학계에 널리 퍼진 편견들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고인류학계는 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진화를 이끌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뇌가 먼저 커지고 지능이 발달한 후에 두발보행 등 인간만의 특징들을 얻게 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필트다운인의 큰 뇌는 그런 설명에 부합했습니다. 또다른 편견은 인간의 유라시아 기원설입니다. 

 

다윈은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진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후대의 인류학자들은 다윈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의 많은 학자들은 인류의 고향이 유라시아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럽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과 아시아에서 발견된 자바원인, 그리고 그 뒤에 발견된 베이징원인은 인류의 유라시아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유라시아 기원설에는 뿌리 깊은 인종주의도 깔려 있었습니다. 

 

당시의 서구사회는 아프리카인들을 하위 인종으로 여기거나 아예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의 조상이 아프리카인일 수 있다는 생각은 무척 불쾌한 것이었겠죠. 그런 시대에 또 하나의 인류의 조상처럼 보이는 화석이 영국에서 발견되자 의문은 점점 사그라들었습니다. 필트다운인은 한동안 인류진화의 상징적인 표본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학계의 편견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증거들뿐입니다. 

 

1940년대 전후로 유라시아의 화석들보다 더 원시적인 화석들이 아프리카에서 계속 발견되었습니다. 아프리카 화석들은 인류가 유라시아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그리고 뇌의 발달이 먼저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했습니다. 새로 나오는 증거들과 필트다운인은 서로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결국 1953년에 필트다운인 원본 화석에 대한 정밀 조사가 결정되었습니다. 화학자와 인류학자들로 구성된 조사단은 새로 개발된 연대측정법을 이용해 필트다운인이 가짜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두개골은 현대인의 것이었고 턱뼈는 오랑우탄의 것이었습니다. 

 

이빨은 침팬지의 것이었는데 일부러 갈아낸 흔적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것처럼 보이도록 표본은 화학처리되어 있었습니다. 조작의 주범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필트다운인 사건은 당황스러운 사건이었습니다. 창조과학 측은 이 사건 하나를 두고 ‘과학계는 거짓을 일삼는 곳 이라는 증거’라며 70년 넘게 선전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거짓을 밝혀낸 이들이 다름아닌 과학자들이라는 것입니다. 

 

필트다운인 사건은 한편으로 과학계의 오류수정 시스템을 잘 보여준 사건이기도 합니다. 비교할 만한 화석 표본들이 거의 없던 때, 현대적 연대측정법이 구축되기 전, 동료 심사가 편견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던 시절에도, 오류는 자체적으로 바로잡히기 마련 이라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1917년, 미국 네브라스카주에서 사람의 이빨처럼 보이는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헨리 오스번은 이 이빨이 원시인류의 것이라고 보고 섣불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빨은 곧바로 페커리 종류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페커리는 돼지와 비슷하게 생긴 북아메리카의 포유류입니다. 페커리의 이빨은 실제로 영장류의 이빨과 매우 흡사합니다. 네브라스카인의 경우는 필트다운인과 달리 고의적인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오스번을 제외하고 학계에서 거의 주목하지 않은 일종의 해프닝이었습니다. 오스번의 보고서도 몇 년 안에 철회되었습니다. 

 

몇십 년은 고사하고 교과서에 올랐던 적도 없습니다. 이제 마지막 사례이자 메인 이벤트입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 , 루시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이 화석은 고인류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중 하나로 꼽힙니다. 320만 년 된 루시의 발견으로 인해 인류진화의 대부분이 아프리카에서 일어났다는 점, 그리고 뇌의 발달 이전에 두발보행이 먼저 시작되었다는 점이 비로소 확실해졌습니다. 

 

루시는 학계뿐 아니라 문화, 예술분야에서도 인류의 기원을 상징하는 심볼이 되었습니다. 루시가 명성을 얻은 데에는 압도적인 화석조각 수도 한몫했습니다. 인간의 뼈는 다른 동물에 비해 화석화가 잘 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보통 신체의 한 부분만 발견되기 일쑤인데 루시의 경우는 무려 52점의 뼈, 전체 골격의 약 40%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정도 발견이면 좌우대칭인 척추동물의 특성상 많은 부분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루시는 몸집, 뇌용량, 이빨 등에서 유인원과 그다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발보행의 증거들은 명백했습니다. 특히 무릎 부분이 가운데로 모아지는 넓적다리뼈는 루시가 현대인처럼 두발보행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을 제외한 현대의 유인원은 일자로 뻗은 넓적다리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자형 넓적다리뼈로 걸음을 걸으면 한 발을 떼었을 때 땅을 짚고 있는 다리쪽에 온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한 발씩 뗄 때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뒤뚱거리다 보니 몇 발자국 걷지도 못합니다. 반대로 넓적다리뼈에 각도가 있으면 무게중심을 잡기 쉽습니다. 인간도 태어날 땐 넓적다리가 일자형입니다. 

 

돌즈음의 아기들이 뒤뚱거리며 잘 넘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아기들이 불굴의 의지를 발휘해 두발로 걷는 법을 터득한다기 보다는, 커가면서 넓적다리뼈가 가운데로 모아지기 때문에 두발로 걷게 되는 것입니다. 루시가 큰 명성을 얻자 진화를 부정하려는 쪽에서는 어떡하든 루시 흠집내기에 나섰습니다. 루시에 대한 그들의 왜곡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왜곡1, 루시의 무릎뼈 혹은 다리뼈가 몸에서 3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 

 

몸따로 다리따로, 이는 루시가 또 하나의 짜맞추기 조작이란 증거다. 팩트: 3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무릎뼈는 루시의 것이 아닙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무릎뼈는 맞지만, 다른 곳, 다른 해에 발견된 다른 화석의 무릎뼈입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속았던지 루시의 발견자인 도널드 조핸슨이 직접 해명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왜곡2, 루시는 두발보행이 아니라 원숭이처럼 네발보행을 했다는 사실이 과학계에서 밝혀졌다. 

 

이 사실은 2000년에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실렸다. 팩트: 네이처지의 발표는 루시가 두발보행뿐만 아니라 네발보행도 병행했다는 내용입니다. 네발보행도 했다는 내용을 네발보행만 했다로 둔갑시킨 것이죠. 루시와 관련한 연구논문 중 어느 것에도 루시가 네발보행만 한 원숭이라고 결론 내린 적 없습니다. 네안데르탈인, 자바원인, 필트다운인, 네브라스카인, 루시. 창조과학에서 주장하는 인류화석 조작 사례는 보통 이 다섯 가지입니다. 

 

실제로 조작인 경우는 필트다운인 하나뿐이지만 나머지 사례들을 조작인 것처럼 같이 엮어서 진화론을 공격하는 선전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루시 뒤로 수많은 호미닌 화석들이 발견되었는데 아직도 이 다섯 가지 레파토리만 써먹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첫째, 오래 전 미국 창조과학회가 만든 자료를 한국에서 그대로 써먹기 때문입니다. 둘째, 현대에 발견된 자료들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건들일 엄두를 못 내거나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루시의 발견 이래로 고인류학계에서는 더 놀라운 발견들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1984년에는 골격의 약 90%가 온전히 남아있는 150만 년 전의 화석도 발견되었습니다. 1994년에는 440만 년 된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의 거의 완전한 골격도 발견되었습니다. 호미닌 화석 기록은 점점 더 많은 표본이 발견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호미닌에는 호모속 외에도 6속이 있으며, 12종 이상의 유효종이 존재합니다.

 

세계 곳곳의 박물관에는 수십만 개의 호미닌 화석 표본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호미닌 표본은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에 대한 연구도 대단히 세부적입니다. 인류 진화에 관해서만큼은 지구상의 다른 어떤 종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록이 잘 남아 있습니다. 만약 다른 분야에서 이 정도 분량의 증거가 나왔다면, 전혀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쪽에서는 아님 말고 식으로 일단 흔들어 놓고 보자는 심보겠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에게 돌아갑니다. 진화론을 부정하고, 학교 교육을 무시하며, 과학적 발견을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단체, 그런 단체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그리고 광범위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팩트입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창조과학이 퍼뜨리는 인류화석 조작설 포스팅 마칩니다.